몇 년 전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때, 저는 바로 옆 동네 친구가 지역 화폐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묘하게 서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금액 자체보다, 내가 사는 지역 사회가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는 게 더 컸습니다. 이번 성남시의 에너지 안심 지원금 발표를 보며 그때 그 감정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세대당 10만 원, 41만 세대, 총 410억 원 규모입니다.

기름값 불안과 지자체 대응의 배경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다시 국제 유가를 자극하면서, 주유소 앞에서 멈칫하게 되는 순간이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퇴근길에 주유를 하면서 '도대체 얼마나 더 오를까' 싶었던 건 저만의 일이 아닐 겁니다. 실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2024년 기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에너지 부문이 전체 지수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이런 상황에서 성남시는 2024년 4월 6일 18시를 기준으로 관내에 주민등록이 된 약 41만 세대주 전원에게 세대당 10만 원씩 지급하는 에너지 안심 지원금을 전국 최초로 발표했습니다. 지급 시기는 5월 초로 예상되며, 성남시 의회는 추가 경정 예산, 즉 추경을 긴급 편성해 관련 조례 개정까지 병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추가 경정 예산이란 이미 확정된 본예산 외에 긴급한 재정 수요가 생겼을 때 의회의 승인을 받아 별도로 편성하는 예산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계획에 없던 돈을 새로 마련하는 절차'입니다.
제가 이 발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중앙정부의 고유가 피해 지원금과 중복 수혜 가능"이라는 문구였습니다. 성남 시민이라면 국가 지원금을 받으면서 시 지원금까지 챙길 수 있다는 의미인데, 행정 설계 측면에서 꽤 영리한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대당 지급 방식의 명암, 숫자로 따져보다
이번 지원금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지점은 '1인당'이 아닌 '세대당' 지급이라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세대당 지급 방식이란 가구 내 구성원 수에 관계없이 하나의 주거 단위, 즉 세대를 기준으로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행정 비용을 극적으로 줄이고 집행 속도를 높이는 데 유리합니다. 41만 세대에 10만 원씩이면 총 410억 원인데, 만약 이를 인구수 기준으로 환산해 지급하려 했다면 시스템 구축과 검증에 훨씬 긴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그러나 솔직히 이 구조가 완전히 공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4인 가구와 1인 가구가 동일하게 10만 원을 받는다면, 에너지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다자녀 가구 입장에서는 체감 혜택이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지원금의 구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급 대상: 2024년 4월 6일 18시 기준 성남시 주민등록 세대주 약 41만 명
- 지급 금액: 세대당 10만 원 (가구원 수 무관)
- 총예산 규모: 약 410억 원 (추경 편성)
- 지급 시기: 2024년 5월 초 예정
- 중복 수혜: 중앙정부 고유가 지원금과 별도 지급으로 중복 가능
또 하나의 구조적 문제는 재정 자립도에 따른 지자체 간 격차입니다. 재정 자립도란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이전 수입 없이 자체 수입만으로 예산을 충당할 수 있는 비율을 말합니다. 성남시는 전국 기초단체 중 재정 자립도 상위권에 속하지만, 재정이 취약한 시·군은 시민들이 똑같이 고유가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이런 정책을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에너지 복지 수준이 달라지는 현실은, 제가 몇 년 전 재난지원금 때 느꼈던 그 서운함과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출처: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통합공개시스템).
성남시 사례가 여는 정책 전망과 소상공인 지원의 한계
성남시의 이번 조치가 선례로 남으면, 재정 여건이 되는 다른 지자체들도 유사한 지역 맞춤형 민생 지원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별도로 직접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정책 수혜의 체감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확산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내가 내는 지방세가 직접 내 통장으로 돌아온다는 경험은, 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한편, 이 시기에 함께 논의되고 있는 청년 자영업자 대상 정책 금융 상품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소금융을 통해 신용도가 낮은 34세 이하 청년 자영업자에게는 3천만 원 한도에서 4.5% 금리로 대출을 지원하고, 성실 상환 이력이 있는 취약계층에게는 500만 원 한도 내 생계 자금을 제공합니다. 여기서 미소금융이란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저신용·저소득 계층에게 소액 대출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민 금융 제도입니다.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이 대출 지원 정책을 마냥 반기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4.5%의 저금리라 해도 결국 빚입니다. 매출 자체가 살아나지 않는 구조에서 대출만 늘어난다면, 소상공인의 가계부채 부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계부채란 가계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의 총합을 말하는데,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이미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 중 하나입니다. 성남시처럼 현금 직접 지원과 정책 금융이 조화를 이루는 포괄적인 구조가 전국으로 확산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성남시의 이번 결정이 하나의 시범 사례로 그치지 않으려면, 다른 지자체들도 각 지역 의회에 유사한 에너지 지원금 도입을 건의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모여야 합니다. 제가 퇴근길에 시청 홈페이지를 기웃거렸던 그 마음, 저만의 마음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10만 원이 한 달 치 가스비가 될 수도, 가족과의 외식 한 끼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 성남에만 사는 건 아니니까요. 지역에 관계없이 에너지 복지의 기본선을 누릴 수 있도록, 이번 사례가 정책 도미노의 시작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또는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지원금 신청 및 정책 금융 이용 전에는 반드시 관련 기관에 직접 문의하시기 바랍니다.